[김형일 박사과정생, 방우석 교수] 너무 많아 읽을 수 없던 입자 신호까지 포착

GIST, 핵융합(인공태양) 연구 핵심 중수소 감응도 세계 최초 규명

– 물리·광과학과 방우석 교수팀, 입자가 너무 많이 들어와 측정 한계를 넘어버린 ‘포화 신호’까지 복원하는 ‘다중 스캔 재구성 기술’ 개발… 5~200 keV 중수소 이온 절대 감응도 세계 최초 확인

– 기존 측정 장비만으로도 구조적 한계 극복해 핵융합·가속기·방사선 계측 등 고강도 입자 환경 정밀진단 가능성 크게 확대… 국제학술지《Radiation Physics and Chemistry》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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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GIST 물리·광과학과 방우석 교수, 김형일 박사과정생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물리·광과학과 방우석 교수 연구팀이 기존 입자 검출 장비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청정에너지로 주목받는 핵융합의 핵심 연료 ‘중수소 이온*’이 실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에너지 구간(5~200 킬로전자볼트(keV)*)에서의 ‘절대 감응도’를 세계 최초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절대 감응도’란 입자 한 개가 검출기에 남기는 실제 신호의 세기를 뜻한다. 이를 알면 많은 입자가 동시에 들어오는 고강도 방사선 환경에서도 입사 입자 수와 방사선량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다.

* 이번 성과는 최근 전남 나주시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인공태양(핵융합) 연구시설과도 직결된다. 핵융합 장치 내부에서 발생하는 고에너지 중수소·삼중수소 입자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는 신뢰성 높은 절대 감응 데이터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 keV: 입자나 방사선이 가진 에너지를 나타내는 단위로, 1 keV는 중수소 이온이 1,000 볼트의 전압 차이를 지나면서 얻는 에너지를 뜻한다. keV는 핵융합 플라즈마의 온도를 표현하는 데도 자주 쓰이며, 10 keV는 대략 1억 도에 해당한다.

* 중수소 이온(Deuteron): 자연계 수소 가운데 약 0.015%만 존재하는 ‘중수소’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각각 하나씩 가진 특별한 수소다. 이 중수소가 전자를 잃어 양전하를 띠게 된 상태를 중수소 이온이라고 부른다. 일반 수소 이온보다 무거워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다르며, 핵융합 연구와 플라즈마 물리, 가속기 실험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수소 이온은 핵융합·플라즈마·가속기 연구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핵융합에 필수적인 주요 에너지 영역(수 keV~수백 keV)에서는 검출기 ‘포화’ 때문에 절대 감응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었다.

이번 성과는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확보되지 않았던 핵심 데이터를 처음으로 측정한 것으로, 핵융합·가속기·방사선 계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확한 입자 계측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미징 플레이트(IP)*는 다양한 입자·방사선 실험에서 고감도 검출기로 널리 쓰이지만, 많은 입자가 동시에 들어오면 스캐너가 측정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신호가 ‘완전히 포화’되어 실제 데이터를 읽을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특히 중수소 이온은 가속기에서 높은 입자 밀도로 생성되기 때문에 포화가 쉽고,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정확한 절대 감응 데이터가 보고된 적이 없었다.

* 이미징 플레이트(Imaging Plate): 방사선이나 입자가 물질에 입사할 때 만들어지는 신호를 저장하고, 이후 스캐너로 읽어들여 신호를 재현하는 재사용 가능한 고감도 방사선·입자 검출기이다.결된다는 점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연구팀은 포화된 이미징 플레이트를 여러 번 반복해 스캔하면 신호가 특정 비율로 줄어드는 ‘보편적 감소 특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 특성이 입자 에너지나 초기 신호 세기와 상관없이 일정하다는 사실을 규명했고, 이를 기반으로 포화되지 않은 기준 표본을 이용해 포화된 신호를 역산해 정확하게 복원하는 ‘다중 스캔 재구성*’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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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에너지(5~40 keV) 중수소를 조사한 이미징 플레이트의 반복 스캔 결과. 초기 스캔에서는 신호가 포화되어 서로 구별되지 않지만, 스캔을 거듭할수록 포화가 점차 해소되어 신호가 드러난다.

이 방법을 통해 기존 스캐너로는 읽을 수 없었던 포화 신호까지 복원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검출기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이미징 플레이트가 약한 신호부터 매우 강한 신호까지 모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 다중 스캔 재구성(Multi-scan Reconstruction): 검출기가 측정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강한 방사선 신호가 입사할 때, 여러 차례 반복 스캔을 통해 원래의 신호 값을 정확히 복원하는 분석 기술이다. 스캔을 거듭할수록 이미징 플레이트에 기록된 신호가 일정 비율로 감소하는 특성을 역이용하여, 직접 측정할 수 없었던 초기 신호의 세기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양성자가속기(KOMAC)에서 생성된 단일에너지(5~200 keV) 중수소 이온 빔을 이미징 플레이트에 조사하여 실험을 진행했다.

반복 스캔을 통해 복원한 신호는 이론적 모델 예측값과 매우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 이로써 그동안 존재하지 않던 5~200 keV 구간의 중수소 절대 감응 데이터가 최초로 확보됐다.

또한 기존에 더 높은 에너지에서 확보됐던 데이터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완전한 감응도 교정 곡선이 완성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다중 스캔 재구성 기술’은 기존 장비(스캐너·이미징 플레이트)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포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과 파급력이 매우 크다.

핵융합 분야뿐만 아니라, 고선량 방사선 치료 또는 의료 영상 진단 등 방사선 양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하는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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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소 에너지에 따른 이미징 플레이트의 절대 응답. 이번 연구에서 측정한 5~200 keV 구간의 중수소 절대 응답(빨간색 점)이 기존 고에너지 측정값과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이론 모델(검은색 점선)의 예측과도 잘 부합함을 확인할 수 있다.

방우석 교수는 “이 기술은 많은 입자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극한 실험 환경에서도 신호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새로운 진단 기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로 확보한 절대 감응도 데이터는 국제 핵융합·가속기 실험에서 즉시 활용될 수 있으며, 다양한 입자 실험 연구에도 폭넓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GIST 물리・광과학과 방우석 교수가 지도하고 김형일 석박사통합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세계 학술지 평가 지표인 JCR(저널 인용 보고서) 기준 핵과학 분야 상위 6.1% 국제학술지 《방사선 물리 및 화학(Radiation Physics and Chemistry)》에 2025년 11월 24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한편 GIST는 이번 연구 성과가 학술적 의의와 함께 산업적 응용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으로, 기술이전 관련 협의는 기술사업화센터(hgmoon@gist.ac.kr)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끝>

Publication Date: November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