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절연체 나노선에서 양자 간섭의 ‘맥놀이’ 최초 관측, 가설 제시부터 검증까지 실험·이론의 협업으로 완성. 나노과학 권위지 ‘나노 레터스’ 게재 및 표지논문 선정
□ 국내 공동연구진이 차세대 양자소자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위상절연체’ 나노선에서 수수께끼처럼 나타난 새로운 양자 신호를 최초로 관측하고, 그 원리까지 밝혀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나노과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7월 29일 게재되었으며, 해당 호의 표지논문(front cover)으로 선정되었다.
□ 위상절연체: 전기가 통하지 않는데, 겉으로는 흐른다
○ 위상절연체는 물질 내부로는 전기가 통하지 않지만, 표면에서는 전자가 마치 보호막을 두른 듯 흐트러짐 없이 흐르는 독특한 양자물질이다. 이런 성질 덕분에 전력 손실이 적은 차세대 전자소자, 나아가 외부 교란에 강한 양자컴퓨터 소자의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 이 물질을 머리카락 굵기의 수백분의 일 수준인 가느다란 ‘나노선’으로 만들면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나노선에 자기장을 걸면 표면을 감아 도는 전자의 파동이 스스로 간섭을 일으켜, 전기가 흐르는 정도가 자기장 세기에 따라 규칙적으로 출렁이는 것이다. 전자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라는 양자역학의 원리가 눈앞의 측정값으로 드러나는 현상으로, ‘아하로노프-봄(AB) 진동’이라 불린다.
□ 최초의 관측: 규칙적이어야 할 진동이 ‘웅웅’거렸다
○ 연구의 출발점은 실험이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KRISS, 배명호 박사)·충남대(물리학과 송종현 교수) 실험팀은 안티몬을 첨가한 고품질 위상절연체(Bi₂Se₃) 나노선을 정밀하게 소자로 만들어 극저온에서 측정하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 예상 밖의 무늬를 포착했다. 진폭이 일정하지 않고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맥놀이’ 무늬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위상절연체 나노선에서 이러한 맥놀이가 명확하게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새로운 발견은 곧 새로운 질문이기도 했다. 이 무늬가 왜 생기는지, 그 메커니즘은 기존에 알려진 이론으로는 바로 설명되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맥놀이란 진동수가 아주 조금 다른 두 소리굽쇠를 함께 울렸을 때 소리가 주기적으로 웅웅거리는 것과 같은 현상인데 문제는 그 ‘두 번째 진동’의 출처였다
![[최상준 교수] 국내 연구진, 꿈의 양자물질 속 '수수께끼 신호'의 정체를 밝히다 1 1](https://physics.gist.ac.kr/wp-content/uploads/2026/08/그림1.jpg)
▲ (Sb 도핑된 Bi2Se3 위상절연체 나노선에서 공존하는 위상 표면 상태와 2차원 전자 가스에 의해 유도된 아하로노프-봄 맥놀이 현상:
밝은 노란색의 나선형 곡선은 나노선 축을 따라 인가된 자기 선속을 감싸며 이동하는 전자의 궤적을 나타냄. 확대된 단면은 이 두 개의 구별되는 전도 채널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빛나는 파란색 파형은 이들의 양자 간섭으로부터 발생하는 전도도의 맥놀이 패턴을 묘사함
□ 가설과 검증: “숨어 있는 전자층이 하나 더 있다”
○ 이론을 맡은 GIST 최상준 교수는 여기서 새로운 물리적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나노선 표면 바로 아래에는 위상절연체 고유의 보호된 표면 전자층 외에, 표면 부근에 전자가 얇게 고이며 생기는 평범한 전자층(2차원 전자기체)이 하나 더 존재하며, 두 전자층이 나노선을 감아 돌 때 둘러싸는 단면적이 미세하게 다르기 때문에 두 개의 조금 다른 진동이 공존하며 맥놀이를 만든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대로라면 진동수는 나노선의 기하학적 구조가 결정하므로, 전압을 걸어 전자의 상태를 아무리 바꿔도 숨어 있는 진동수 자체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
○ 그러나 검증은 간단치 않았다. 두 진동의 진동수가 워낙 가까워 신호들이 촘촘히 겹쳐 있었고, 일반적인 주파수 분석으로는 이들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난관은 국립공주대 송태근 교수가 기계학습을 활용한 스펙트럼 분석 기법을 도입하면서 돌파되었다. 겹쳐 있던 신호들이 안정적으로 분리되자, 이론적 예측대로 전압을 바꿔도 진동수들은 꿈쩍하지 않고 맥놀이의 무늬만 변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 이어 KRISS 박완기 박사와 GIST 최상준 교수가 가설을 정밀한 양자역학 이론 모형으로 구현하고 컴퓨터 계산으로 검증한 결과, 이론적 예측은 실험에서 관측된 맥놀이 무늬와 진동수들을 정량적으로 재현하며 분석 결과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별도의 소자와 다른 측정 방식(열전압 측정)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관되게 확인되면서 결론이 확정되었다. 최초의 실험적 관측, 가설, 분석, 검증까지 이론과 실험이 맞물려 완성된 협업의 결과였다.
□ 의의와 기대 효과
○ 이번 연구는 위상절연체 나노선 안에 ‘보호된 위상 상태’와 ‘평범한 상태’가 실제로 공존하며 서로 간섭한다는 사실을 실험과 이론 양면에서 입증한 성과다. 그동안 소자 설계에서 골칫거리로만 여겨지던 표면의 평범한 전자층을, 오히려 양자 간섭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 연구진은 “정밀한 실험 관측과 이를 설명하는 이론 모형이 정량적으로 맞물리며 하나의 완결된 그림을 완성한 사례”라며 “위상 상태와 일반 상태의 간섭을 제어하는 원리는 향후 위상 양자소자 설계의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참여 기관 및 연구진
○ 이번 연구는 다섯 기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실험의 구상과 설계는 KRISS 배명호 박사와 충남대 송종현 교수가 함께 이끌었고, 소자 제작·측정·데이터 분석은 공동 제1저자인 권두혁 연구원(충남대/KRISS)이 수행했다. 맥놀이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 모형은 GIST 최상준 교수와 공동 제1저자인 박완기 박사(KRISS)가 구축했다. 나노선 시료는 미국 UC 데이비스 Dong Yu 교수가 성장시켰으며, 국립공주대 송태근 교수가 기계학습 분석을, GIST 도용주 교수가 데이터 분석 지원을 맡았다. 논문은 최상준 교수, 박완기 박사, 권두혁 학생, 배명호 박사가 주도하여 작성했으며, 교신저자는 송종현 교수, 최상준 교수, 배명호 박사 3인이다. ○ 이번 연구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연구재단(NRF) 지원사업, 교육부 G-LAMP 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소자 제작은 KRISS 나노팹에서 이루어졌다.
○ 사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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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논문 정보
○ 저널: Nano Letters (미국화학회, ACS) (Volume 26, Issue 29, page 9395–9402)
○ 논문명: Aharonov-Bohm Beating Induced by Coexisting Topological Surface States and 2DEG in Sb-Doped Bi₂Se₃ Nanowires
○ 저자: 권두혁¶, 박완기¶, 송태근, 도용주, Dong Yu, 송종현*, 최상준*, 배명호* (¶공동 제1저자, *교신저자)
○ 게재일: 2026년 7월 29일
○ DOI: 10.1021/acs.nanolett.6c00906
○ 특기사항: 해당 호 표지논문(front cover)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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