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혁 박사, 이종석 교수] GIST-미네소타대, 세계 최초로 빛과 전자의 ‘초고속 상호작용 조절’ 확인 1 박사](https://physics.gist.ac.kr/wp-content/uploads/2025/07/최인혁-박사.jpg)
▲ (오른쪽부터) 물리‧광과학과 이종석 교수, 최인혁 박사
□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물리·광과학과 이종석 교수 연구팀이 미국 미네소타대학교(University of Minnesota)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루테늄 산화물(RuO2)* 박막에서 피코초(10-12초) 단위의 초고속 ‘빛–전자 상호작용 이방성*’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고, 원자층 두께 조절을 통해 그 세기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 이번 연구는 금속 산화물에서도 반데르발스 물질에 버금가는 빛-전자 상호작용 이방성을 구현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처음 증명했다. 이를 통해 차세대 대면적 광전자 소자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루테늄 산화물(Ruthenium Dioxide, RuO₂): 백금족 금속인 루테늄(Ru)과 산소(O)로 이루어진 금속성 산화물로, 우수한 전기전도성과 화학적 안정성을 지닌 물질이다. 결정 구조는 주로 루타일(rutile)형을 띠며, 전자 및 이온의 이동이 용이해 전극 재료, 촉매, 센서, 투명전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특히, RuO₂는 전도성이 매우 뛰어나면서도 광학적 특성 또한 조절 가능해, 최근에는 광-전자 소자나 양자 소재 연구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최인혁 박사, 이종석 교수] GIST-미네소타대, 세계 최초로 빛과 전자의 ‘초고속 상호작용 조절’ 확인 2 그림 루테늄산화물에대한응력조절을통한빛 전자상호작용의이방성조절](https://physics.gist.ac.kr/wp-content/uploads/2025/07/사본-그림_루테늄산화물에대한응력조절을통한빛-전자상호작용의이방성조절.png)
[그림] 루테늄 산화물에 대한 응력 조절을 통한 빛-전자 상호작용의 이방성 조절
* 빛–전자 상호작용 이방성(optical-electronic anisotropy): 빛(광자)과 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물질 내에서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현상은 물질의 결정 구조나 전자 밴드 구조가 방향에 따라 비대칭적일 때 나타나며, 빛이 어떤 방향으로 들어오느냐에 따라 전자의 동역학이 달라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반데르발스 물질이나 강한 상호작용을 가지는 금속성 산화물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 고체 내 빛과 전자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는 광전자(optoelectronic) 소자는 빛으로 전기 신호를 만들거나 전기로 빛을 내는 장치로, 초고속 광통신, 광이미징 등 전기 신호 전달 분야의 다양한 기술에 필수적인 요소다.
∘ 특히, 빛의 편광 방향에 따라 전자 신호를 제어할 수 있는 ‘광전자 이방성(optical anisotropy)’은 차세대 광통신, 이미징, 스핀트로닉스 기술의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 이러한 소자를 개발하려면 소재가 나노미터(10-9 m) 수준으로 얇고, 대면적 생산이 가능해야 한다.
∘ 지금까지는 주로 2차원 반데르발스 물질에서 빛–전자 상호작용 이방성이 관측됐으나, 대면적 제조의 어려움과 환경적 불안정성 탓에 산업적 응용에 제약이 있었다.
∘ 반면, 금속 산화물은 원자층 수준의 정밀한 대면적 성장과 높은 환경 안정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산화물에서 광학 이방성이 구현된다면, 차세대 광전자 소자로서 큰 잠재력을 가진다.
□ 연구팀은 분자빔 에피택시(MBE)* 기술을 이용해, 타이타늄 산화물(TiO2) 기판 위에 원자층 단위로 성장시킨 루테늄 산화물 박막에서 반데르발스 물질 수준의 빛–전자 상호작용 이방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양한 광학 측정을 통해 확인했다.
∘ X선 흡수 분광법*과 타원 편광 분석법* 등으로 물질의 정적 이방성을 분석한 데 이어, 펨토초 레이저 기반의 펌프–프루브 기술*을 통해 편광 방향에 따라 광여기된 전자들의 거동이 피코초(10-12초) 시간 단위에서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관측했다. 이는 루테늄 산화물 박막이 초고속 광전자 소자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 또한, 박막의 두께를 원자 단위로 정밀하게 조절해 기판의 응력(strain)을 완화하면, 빛–전자 상호작용 이방성의 강도도 함께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산화물 기반 광전자 소자 설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성과로 평가된다.
* 분자 빔 에피택시(Molecular Beam Epitaxy, MBE): 초고진공 상태에서 기체 상태의 원자나 분자를 ‘빔(beam)’ 형태로 기판 위에 분사해, 원자층 단위로 박막을 정밀하게 성장시키는 박막 증착 기술이다. 이 방법은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지만, 원자 단위의 정밀한 두께 조절과 불순물 제어가 가능해, 고품질의 결정 구조를 가진 박막을 제작할 수 있다. 주로 반도체, 양자 재료, 정밀 광전자 소자 개발에 활용된다.
* X선 흡수 분광법(X-ray Absorption Spectroscopy, XAS): 특정 원자가 X선을 얼마나 흡수하는지를 측정하여, 그 원자의 산화 상태, 전자 구조, 주변 원자들과의 결합 상태 등을 파악하는 분석 기법이다. 시료에 다양한 에너지의 X선을 조사하고, 원자가 흡수하는 특성 에너지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분석해 원자 수준의 물리적, 화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재료과학 및 나노기술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 타원 편광 분석법(Spectroscopic Ellipsometry): 이 기술은 물질에 선편광 또는 원편광된 빛을 쬐고, 그 빛이 반사된 후 편광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반사율, 위상차, 두께, 굴절률, 흡수계수 등 광학 상수(optical constants)를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다. 특히 얇은 박막의 광학적 특성을 비파괴 방식으로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된다.
* 펌프–프루브 기술(Pump-Probe Technique): 이 기법은 초고속 레이저 펄스를 두 개로 나누어 하나(펌프빔)는 시료를 자극하고, 다른 하나(프루브빔)는 특정 시간 차를 두고 시료의 반응을 관찰한다. 이때 펌프와 프루브 사이의 시간 지연을 변화시키며 측정하면, 매우 짧은 시간(펨토초, 10⁻¹⁵초) 단위의 물리적·광학적 변화 과정을 시간 분해 방식으로 추적할 수 있다. 초고속 동역학, 전자 이동, 에너지 전달 과정 등을 규명하는 데 사용된다.
□ 이종석 교수는 “최근 스핀트로닉스 분야에서 주목받는 루테늄 산화물에서 응력을 활용해 전자구조를 제어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 성과는 광전자 소자는 물론 차세대 스핀소자 개발에도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번 연구는 GIST와 미네소타대학교의 국제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GIST에서는 이종석 교수 주도로 최인혁 박사가 초고속 광학 실험을 수행했으며, 미네소타대학교에서는 화학공학·재료과학과 버라트 잘란(Bharat Jalan) 교수 연구팀이 루테늄 산화물 박막 성장을, 전기전자공학과 토니 로우(Tony Low) 교수 연구팀이 전자구조 이론 해석을 담당했다.
∘ 한국연구재단 한계도전 R&D 프로젝트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미국 에너지부(DOE) 및 국립과학재단(NSF)의 지원을 받은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2025년 6월 27일 온라인 게재됐다. <끝>